'기업가정신 세계일주'를 마치고..
'기업가정신 세계일주'를 다녀와서
송 정 현 기업가정신 세계일주 총괄팀장, 창업학 석사
전 세계적으로 청년실업이 큰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청년들의 꿈과 희망을 위해 정부와 기관이 아닌 청년들이 직접 활동해보자는 취지로, 부팀장인 윤승현군과 함께 뜻있는 청년들을 모아서 G20회원국의 청년창업가와 관련분야 전문가를 취재하는 '기업가정신 세계일주(http://www.wet.or.kr)'라는 프로젝트 팀을 구성하여 활동하고 있다. 필자는 2010년 11월 18일 중국 탐방을 시작으로, 2차례에 걸쳐 러시아,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미국, 캐나다, 일본, 한국을 탐방하면서 청년창업가들의 도전정신과 기업가정신, 그리고 전문가들과의 교류를 통해 국가별 창업환경을 체험하고 약 8개월간 대장정을 마치고 지난 8월 귀국했다. 이번 호에서는 중국, 러시아, 미국에서의 경험을 요약해서 소개하고자 한다.
#모든 인민에게 창업을 권유하는 중국
창업기금회, 한상 중국지부, 세계한인여성네트워크 등 중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기관과 단체의 적극적인 협조를 통해 상해, 연길, 북경, 청도 4개 지역을 탐방하면서 청년창업가를 취재했다. 중국 기업가정신 주간(Global Entrepreneurship Week China) 행사에 VIP로 초청을 받고, 참석할 수 있었다.
중국 정부는 최근에 '전민창업(全民創業)'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대대적으로 청년창업지원정책을 펴고 있었다. 중국 각지 거점도시에 대학교 창업교육 의무화 시범사업, 전국 창상(創想)경진대회, 청년창업지원 등 사회 전반적인 창업 생태계 구축을 위해 정부 주도하에 다양한 사업들이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었다. 이런 정부정책의 핵심 집행기구가 바로 창업기금회(创业基金会, EFG)이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창업진흥원과 유사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리고, 중국의 코스닥으로, 중소기업 육성을 위한 전용 주식시장인 ‘창업판(創業板)’이 09년 개설되면서 투자시장도 활기를 띄고 있다. 이들은 정부와 매우 적극적으로 협조하며, 그 시너지와 창업 분위기를 증대시키고 있었다. 또한, 창업가를 위한 전문 잡지 '創業家'가 발간되었고, 상해에만 창업보육센터가 40여곳이 생기고, 학생창업 전용 건물을 따로 건립하여 운영하는 등 지금까지 수차례에 걸쳐 살펴본 중국의 창업정책보다 더욱 역동적이고 다각적인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제 2회 기업가정신 혁신교육 국제포럼에 참관해서 중국의 기업가정신 교육 현황을 살펴본 결과, 한국의 수준보다 결코 뒤쳐지지 않았다. 현재, 한국 창업교육 일선에서 고민하는 것들을 그들도 똑같이 고민하고 있었다. 교육 수준은 역시 이미 상당 수준을 갖추고 있었고, 글로벌화 되어 있었다. 교육 쿼리큘럼이나 시스템은 전반적으로 미국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았다. 이는 상해뿐만 아니라 북경, 심지어 연길(조선족 자치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청년창업에 있어 중국의 전문가들의 전반적인 의견은 관련 업종에서 충분한 경험을 하고 난 뒤, 창업하기를 권고했다. 실제로 상해기술혁신센터를 방문해서 총괄 운영책임자와 심층 인터뷰를 한 결과, "학생들이 기술창업을 할 때, 빠른 시장진입이 필요한 경우를 제외한, 모든 학생들에게 최소 2~3년 정도 관련 분야에서 실무경험을 쌓고 난 다음 창업을 결정하도록 권고한다." 이는 최근에 고용노동부에서 주도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창직(創職)' 프로그램과 유사한데, 중국의 사례에서 눈여겨봐야 할 점은 이런 사례가 어떤 프로그램에 의해 의도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 중국 특유의 '꽌시'에 의해 자연스럽게 창업보육센터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입주기업과 보육센터와의 끈끈한 유대관계는 입주기업과 졸업기업 CEO를 만나면서 재차 확인했다. 이들은 의형제, 양부 관계를 맺는 등, 단순 업무관계 이상의 신뢰를 갖고 있다는 것이 가장 인상적이였다.
시장에서는 유명 브랜드의 짝퉁을 대놓고 팔고 있는 반면, Peter Drucker Society China와 같은 경제인 단체에서는 혼(魂) 경영을 외치는 등 정말 각 계층별로 다양한 스펙트럼을 느낄 수 있었다. 아직도 중국을 '짝퉁 천국', '비윤리적' 등 한국보다 수준 낮은 국가로 인식하고 있다면, 이는 큰 오산이다. 중국은 확실히 큰 나라다. 현재 전 세계에 널리 퍼져 있는 화교 문화권의 젊은 청년들이 만들어나갈 미래에 대해, 한국은 관심있게 살피면서 이들과 상생하고, 이들보다 앞서 나갈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중국, 불확실성 극복 사례
안전한 항구를 떠나 거센 바다로 뛰어든 천닝(陈宁)
수천가지의 백주(白酒)가 있는 중국에서도 '국주(國酒)', '주중지왕(酒中之王)'으로 불리어질 만큼, 중국을 대표하는 술이 있다. 바로, 세계 3대 증류수(프랑스의 꼬냑, 영국 스코틀랜드의 위스키)로 손꼽히는 마오타이(Maotai)다.
(사진 : 인터뷰 하고 있는 천닝)
마오타이는 최근 10년 사이 엄청난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최근 마오타이 그룹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 최근 상반기 매출액만 98억 3,000만 위안(한화 1조 6,711억원 상당, 환율 170원 적용 기준)에 달했다. 그러나, 순이익은 더욱 놀랍다. 순이익율이 무려 49.9%로 중국 상장기업 중 2011년 상반기 순이익률 1위를 차지했다. 2008년 매출액이 82억 4,000만 위안이였던 것을 감안하면, 불과 3년 만에 2배 가까이 성장을 이루어 냈다.(자료 출처 : 서울경제 2011. 08. 31 기사 / ECONOMYPLUS 2009년 05월 55호 GLOBAL VIEW)
그 원인은 무엇일까? MAOTAI 그룹 계열사인 백금주(白金酒) 브랜드 총경리(대표이사) 천닝(陈宁)과의 인터뷰에서 찾을 수 있었다.
"나는 19살 때부터 술을 잘 마셨다." 과연, 주류 회사 사장다운 첫 대답이다. 사실, 개인소개를 해달라고 했는데, 그의 엉뚱한 대답때문에 인터뷰 처음부터 화기애애하게 시작할 수 있었다.
(사진 : 마오타이주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천닝)
그는 어릴 때, 글쓰기를 좋아하는 낭만적인 학생이였다. 그래서인지, 그는 대학에서 중국문학을 전공했다. 그는 졸업하고 전공을 살려, 중국 문화기관에서 3년 정도 근무를 했다. 한마디로 국가 공무원. 철밥통과 같은 안정된 직장이였다. 왜 안정된 직장을 버리고 떠났냐는 질문에, 그는 그 때를 회상하며 대답했다. “중국이 시장경제를 도입하고 난 직후, 당시 가장 유행했던 말이 있는데, '下海(하해)' 직역을 하면 바다로 떠난다, 내려간다는 말이다. 이는 고정된 직장을 버리고 창업을 택하는 이들을 두고 칭하는 말이였다. 그만큼 당시에는 기업가정신이 활성화되었던 때였다.” 그 이유는 그가 사회발전에 기여를 하고 싶었고, 고정적으로 반복되는 삶보다는 역동적으로 꿈을 펼치고 싶었기 때문이였다. 3년간의 직장생활 동안 진정한 자신의 꿈을 찾기 위해 배운 적도 없는 경영관리 기법에 대한 전문서적들을 탐독하며 바다로 떠날 준비를 했다.
1996년 어느 날, 그는 구체적인 계획이나 방안도 없이 무작정 바다로 떠나기로(下海) 결심하고 북경으로 떠났다. 그리고, 10년 동안 건강관련 회사 2곳에서, DM발송과 각종 판촉행사부터 시작해서, 마케팅 전문인력 20만명을 배출하는 마케팅 관리까지 두루 경험하면서, 그는 마케팅 전문가로 성장했다.
그 뒤, 2005년 마오타이 그룹에 들어와, 시장에 기반한 제품 개발을 위해 3년 동안 피땀을 흘린 결과, 백금주(白金酒)를 개발할 수 있었다. 백금주 브랜드 중 보건주는 몸에 좋은 약재를 넣어 만든 술로, 쉽게 이야기 하자면 약술이다. 그의 설명을 따르자면, 마시면 몸의 건강상태를 관리하고 조절해주는 건강보조 술인 것이다. 중국 주류협회에서 가장 창신적인 제품으로 평가받는 등, 여러 협회를 통해서 그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술과 건강, 얼핏 보기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데, 그는 역발상을 통해 새로운 제품을 탄생시킨 것이다. 그는 10년간의 마케팅 경험을 잘 살려, 지역거점 중심 사업확장과 판매채널의 다각화 전략을 구사했다. 2008년 하반기에 런칭해서 8억 위안, 2009년에는 약 100억 위안을 달성했다. 최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도 매출 증대에 도움이 되었지만, 특히, 마케팅 전문인력을 양성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인재를 양성했던 것이 주효했다. 그는 여기에서 안주하지 않고, 또 다른 바다를 찾고 있었다. 인터뷰 당시에 향후 중국 최초로 술 전문 프랜차이즈를 런칭 할 계획이라고 밝혔는데, 최근 백금주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해보니, 백금주예행(白金酒礼行)이란 이름으로 3년내 600호 가맹점 유치를 목표로 대대적인 홍보를 하고 있었다.
(사진 : 백금주 예행 개소 기념행사 모습)
문학을 좋아하던 소년의 막연했던 꿈이, 겁 없이 뛰어들었던 사회생활을 통해 조금씩 구체화되면서, 역발상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 “자신의 꿈과 목표,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창업’이라 할 수 있다. 결과보다는 꿈을 실천하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 창업은 자신의 모든 에너지를 투자해서 무엇인가를 이루고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다.”라며 인터뷰를 마무리 했다.
한 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불확실성 속에도, 그는 호탕한 자신감으로 위험을 무릎 쓰고 도전했다.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여, 일관된 자기만의 길을 만들어 가고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모든 이들의 건강한 삶’을 만드는 꿈이다.
#이제서야 기지개를 피고 있는 러시아
러시아는 탐방국가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국가다. 특히, 고려인 청년연합회 친구들과 교류하면서 개인적으로 많은 즐거운 추억도 만들 수 있었고, The U.S. Russia Center for Entrepreneurship(이하 CFE)의 사전 협조를 받아 도전정신이 강한 청년창업가를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러시아 대사관을 통해 만나 뵐 수 있었던, 재러시아한국경제인연합회 임원들의 도움으로 나의 좁은 세계관과 고정관념을 깨뜨릴 수 있었다.
이번 탐방 전에만 해도, 나는 러시아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강했는데, 러시아의 실제 모습은 나의 고정관념을 송두리째 부셔놓았다. 또한, 러시아 역사 전문가의 특강을 듣고 난 뒤, 한국이 전반적으로 친미(美)적 관점의 역사관과 친민주주의 성향의 환경에 길들여져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는 중국과 비교했을 때, 러시아가 매우 저평가되어 있는 것은 확실하다. 화교와 같이 전 세계에 걸쳐 뻗어있는 소통의 연결고리가 부족하다는 점도 원인이지만, 냉전시대의 대표국가로서 민주주의 국가들 사이에서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부정적 인식이 지금도 그대로 유효한 듯 하다. 그러나 나에게는 오히려 그 점이 더욱 매력적이라 판단된다. 그 고정관념때문에 러시아는 아직도 소수의 사람들만이 진출한, 무궁무진한 기회의 땅이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석유, 가스 등 자원이 풍부하여 관련 1차 산업 위주로 경제체제가 운영되고 있으며, 전반적으로 제조업 기반은 경쟁력이 매우 낮은 편이였다. 그리고, 친근로자 위주의 노동법규과 진입장벽이 높은 금융대출, 사회 전반적으로 높은 부패지수 등 여전히 창업환경을 저해하는 요인들이 많이 남아 있다. 40% 이상의 높은 세금과 보험금, 정부행정기관의 복잡하고 일관성 없는 행정처리도 풀리지 않는 문제로 남아있었다. 그러나, 좋은 인재들을 저렴하게 구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요인이였다.
하지만, 최근 러시아는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었다. CFE에서는 기업가정신 교육자를 양성하고 관련 프로그램을 개설하는 등의 교육지원사업, 러시아 창업가들의 교류활동과 병행하여 멘토링시스템 구축에 중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었다. 2011년 3월 중국 상해에서 열린 Gobal Entrepreneurship Congress 기업가정신 확산관련 2010년 활동결과, 전체 105개 회원국 중에서 최고의 성과를 거두어 1위에 선정되는 등 최근 러시아에서 기업가정신 확산 활동이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또한, 최근 푸틴 총리가 공개석상에서 중소기업에 대한 중요성을 언급하는 등 정부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어서, 향후 러시아의 기업환경은 점차 긍정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러시아의 긍정적 변화와 함께 청년창업가들의 생각과 활동을 취재하기 위해, 영하 30도의 강추위를 뚫고 그들을 찾아나섰다. 꽁꽁 얼어붙은 땅을 하나씩 일궈나가고 있는 이들의 도전정신과 억척스러움에 나는 매료될 수 밖에 없었다. 그 중, 척박한 환경에서도 굴하지 않은 한 여성창업가를 소개하고자 한다.
#러시아 도전정신 사례
태풍의 눈을 가슴 속에 품고 있는 Julia Anosenko(Russia)
남편과 사별하고 난 뒤, 남겨진 아이들 때문에 생계를 위해 청소부터 시작해서 프로그래머까지 안해 본 일이 없는 억척스러운 삶을 살아온 Julia. 그러나, 긍정적인 마인드와 노력으로 수많은 위기와 역경을 스스로 헤쳐 나가고 있는 훌륭한 여성창업가(Founder & Project Manager, IT for you)다. 사실 그녀는 The U.S. Russia Center for Entrepreneurship(러시아 청년창업가 육성을 위해 교육, 멘토링 등 다양한 활동을 지원하는 미국계 자본으로 설립된 창업가정신 센터)에서 소개시켜주거나 추천해준 창업가는 아니였다. 그녀는 내 인터뷰 대상자의 친구였는데, 친구를 통해 우리 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인터뷰할 때 함께 만나고 싶다고 요청해왔다. 그렇게 몇 차례 서신을 주고 받다가 그녀가 나에게 인터뷰 요청을 했고, 친구 역시 그녀를 추천해서 인터뷰를 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녀의 영어실력은 결코 훌륭한 편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정말 열성적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중간 중간에 모르는 단어는 사전도 확인하면서 3시간이 넘도록 대화하는 과정에서, 나는 그녀의 삶에 대한 의지와 끊임없는 노력과 적극적인 태도에 큰 감명을 받았다.
그녀는 다양한 프로그래머 그룹을 관리하면서 고객으로부터 프로젝트를 수주하고, 결과물을 창출하는데 있어서 모든 관리책임을 맡는 역할을 하고 있다. 정확하게 이야기 하자면, 그녀는 프로그래머의 코디네이터나 프로젝트 매니저에 가깝다. 그녀 자신도 프로그래머 출신이기 때문에 그들과의 생각과 상황들을 잘 이해해줄 수 있고, 기술적인 업무에 대한 것도 원활하게 소통이 가능하기 때문에 프로그래머 그룹들도 자신이 고객을 직접 응대할 필요가 없고, 고객 의뢰를 수주 받을 필요없이 프로그래밍에만 집중할 수 있어서 서로 필요한 사항들이 잘 맞아 떨어진 것이기에 가능했다. 최근 'IT for you'는 건물에 들어가는 자동제어시스템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며, 그녀가 제공하는 서비스로는 카피라이팅, CI 컨설팅, 웹 기획 / 디자인, 소프트웨어 개발, 온라인 마케팅 등 프로그래머 그룹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업무들을 그들과의 협업 활동으로 고객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그녀는 IT for you를 창업하기 전까지 신문기자, 카피라이터, 청소부, 회계원, 프로그래머 등 다양한 일을 했었다. 물론, 그것은 남편과 사별하고 난 뒤, 생계를 위해서 닥치는 데로 일을 한 것이다. 그동안 얼마나 힘든 삶을 살아 왔고 어떤 계기로 창업을 하게 되었을까? 그녀는 그동안 분명 경제적으로 힘든 상황이였다고 기억했다. "실제로 일을 하다가 회사의 사정으로 해고를 당하고 바로 다음 날부터 끼니를 걱정했었던 적이 있었는데 정말 힘들었다. 언젠가는 덜컹 해고될지 모르는 그 막연한 상황에 내가 서 있다는 것이 싫었다. 그것이 창업을 하게 된 몇 가지 이유 중에 하나다. 내가 회사를 운영하면 적어도 갑작스러운 해고는 피할 수 있고, 미래의 일들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 준비를 할 수 있지 않은가!" 그때의 상황들은 너무나 힘들어서 아이들을 부등켜 안고 운 적도 많았으나, 그때의 경험이 지금 창업경영을 하는 것에 있어서 실무적으로 많은 도움을 된다고 이야기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역 신문기자 활동을 하면서 다양한 사람들과의 관계를 쌓았고, 회계원으로 근무했던 경험으로 지금 회사의 회계/경리 업무를 자신이 직접 하고 있으며, 프로그래머로서의 활동은 지금 프로그래머들과 협업을 하는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들이라고 했다.
그녀는 살기 위해, 아이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일을 했으나, 늘 항상 무엇인가를 갈망해왔다고 한다. 그것은 배움에 대한 끝없는 갈망이였다. 아이들이 조금 더 크면 영국이나 프랑스에서 MBA를 하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그녀는 지금도 열심히 영어공부를 하고 있고, 비지니스 스쿨을 통해 필요한 과정을 지속적으로 배우고 있었다. 이는 그녀를 인터뷰하게 된 계기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그녀는 끊임없이 노력하고 배우기를 주저하지 않는 적극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었다.
또한, 도전정신의 필요에 대해 질문을 하자, 그녀는 모두 다 창업을 하거나 도전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인생에 있어 각자에게 맞는 적절한 시기(도전을 위한)가 왔을 때, 도전해야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누구나 기회는 오게 마련인데 그 기회를 절대 두려워해서는 안되며, 항상 원하고 준비를 해야 자석처럼 끌어 당길 수 있다고 했다. 그녀는 자신이 좋아하는 문구를 인용하며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사람은 누구나 태풍의 눈을 가지고 있다. 태풍은 그 순간적인 조건이 맞아 떨어졌을 때 발생하는데, 그 위력은 어마어마하다. 그 조건이 맞지 않으면 태풍은 그저 시원한 산들 바람 그 이상의 것이 될 수 없다. 그것은 살아가는 것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태풍이 만들어지고 커지기 위한 조건은 바로 갈망하는 마음과 철저한 준비다. 그 조건만 맞는다면 점점 기회는 커지고 그 사람의 가치 또한 커진다. 내가 우리 아이들에게 항상 하는 말이 있는데, '항상 네 삶의 중심이 되어라'라고 조언한다. 자신이 노력하고 얻은 결과가 좀 더 큰 기회를 가지고 오고, 그 기회를 통해 또 다른 결과가 생긴다. 그렇게 기회는 단계별로 다가오는 것 같다."
결국, 태풍같은 강력한 시장 파괴력은 한걸음 한걸음의 작은 실천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녀와의 인터뷰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창업가는 자신만의 철학과 혼(魂)이 있는 삶을 기준으로, 언제 올지 모를 외부 환경의 기회를 끊임없이 갈망하며, 적절한 타이밍을 발견하고 내 것으로 만들 치열한 준비를 해야 한다.
#기회의 땅, 미국
미국은 다른 국가(3주)에 비해 좀 더 오랜기간(6주) 동안 뉴욕, 로스엔젤레스, 샌프란시스코를 중심으로 탐방했다. 미국은 그 자체가 창업문화(Entrepreneurial Culture)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기업가정신이 충만한 대표적인 국가로서, 이번 방문은 개인적으로 이들의 창업문화를 엿보기 위한 3번째 탐방이였다.
미국을 방문하면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정말 기회의 땅이라는 것을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96년 미국 성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국적 여론조사 결과, 90% 이상의 응답자들이 아이들의 창업가 창업가로서의 성장에 대해 긍정적인 견해를 나타난 것처럼, 다른 어느 국가보다 창업가(Entrepreneur)에 대한 긍정적인 사회적 인식이 매우 강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그것은 이번 탐방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는 한국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것으로서, 개인적으로 가장 부럽고 아쉬운 부분이기도 했다.
글로벌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미국이 경제불황의 늪에서 벗어나기 위해, 기업가정신을 더욱 장려하고 확산시키는 다양한 정책을 펴고 있었다. 오바마 정부는 기업가정신 고취를 ‘국가혁신전략’의 핵심과제로 채택하는 등 수출촉진, 고성장을 위한 생산적 기업가정신 확산을 위한 경쟁시장 구축에 주력하고 있었다. 또한, 한동안 부진했던 민간 투자의 확대를 위해 중소기업 자금조달 및 투자법(SBFIA)을 09년 10월에 제정하는 등 경기부양을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었다. 또한, Kauffman Foundation, NFTE 등 다양한 민간 단체들 역시 기업가정신 활성화를 위해 연령 수준에 맞는 계층별 창업교육을 개발하여 보급하고 있었으며, 창업자금지원, 멘토링 등 다양한 활동이 인상적이였다.
대표적인 창업가 글로벌 단체인 Entrepreneur's Organization, Loyola Marymount University의 도움을 받아 청년창업가들을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뉴욕지역에서는 연락이 두절되는 등 생각지 못한 여러 문제들이 발생해서, 애초 계획보다 다소 적은 수의 창업가를 만나고 왔다. 그러나, 매우 돋보이는 기업가적인 활동(Entrepreneurial Acting)을 통해 학생창업을 한 사례가 있어 여러분께 소개하고자 한다.
-미국 기업가정신 사례
기존 기술, 기존 제품, 기존 시장 속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안목을 가진 청년 창업가 Saachi Cywinski(USA)
Whitey Board Inc. 바로 Saachi가 창업한 회사이다. 그가 만들어서 판매하고 있는 제품은 바로 화이트보드이다. 우리가 사무실이든 어디든 일반적으로 보드마카를 사용해서 메모하고 지우는 그 제품 말이다. 별다른 기술도 필요없고, 기존 제품에서 특별하게 무엇인가 현재의 것 이상 발전될 것도 없는 지극히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제품이다. 기존의 시장 역시 성장곡선(Life Cycle)으로 봤을 때, 이미 쇠퇴기에 접어든 성장 가능성이 거의 없다. 이런 기술과 제품, 시장에 그는 왜 뛰어 들었던 것일까? 그리고 어떻게 했길래 창업하자마자 손인분기점(BEP)을 넘고, 1년만에 매출 20배로 급성장하고 있는 것일까?
미국에서 Entrepreneurship 교육분야에서 10위 안에 랭크될 정도로 뛰어난 역량을 자랑하는 Loyola Marymount University의 David 최교수님에게 인터뷰 대상자를 추천해달라고 부탁했다. 그 명단에 그의 이름이 있었다. 최교수님의 도움 덕분에 그를 만날 수 있었다. 그런데, 약속 장소에서 만난 그는 정장 차림의 일반적인 인터뷰 대상자의 모습이 아니였다. 일자형 창을 가진 힙합 캡 모자를 삐뚤하게 쓰고, 얇은 긴 팔 점퍼 안에는 소매도 없는 나시티(일명 난닝구)를 입은 혈기 왕성한 젊은 청년이였다. 걸음걸이 역시 느릿느릿하면서도 흑인처럼 약간 리드미컬(소위 껄렁하게 걷는)하게 걸어왔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고 도대체 어떤 사람인지 더욱 호기심이 생겼다.
(사진 : 인터뷰 중인 Saachi)
그가 만들고 판매하는 제품은 화이트보드용 스티커이다. 기존 제품은 벽에 고정장치가 필요하지만, WhiteyBoard는 그럴 필요가 전혀 없다. 사이즈도 다양하고, 어디에나 손쉽게 붙일 수 있으며, 언제든지 3M의 '포스트잇'처럼 흔적없이 뗄 수 있다. 이 제품을 보고 '머꼬! 별 것도 아이네!'라고 무시 할 수도 있다. 나는 그래서 더욱 Saachi라는 청년창업가에게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그는 내가 만난 어떤 인물보다 더 좋은 안목을 지녔고, 새로운 가치를 가장 효율적으로 창출한 진정한 Entrepreneur(창업가)이다. 누구나 한번쯤은 사용해본 적이 있겠지만, 종이 뒤에 본딩을 해서 뗏다 붙였다 할 수 있는 기술과 제품은 무척이나 많다. 종이 위에 코팅이 되어 썻다 지웠다 할 수 있는 기술과 제품도 이미 수십년 전에 개발된 기술과 제품이다. 그리고, 그저 화이트보드용으로 팔리지만 않았을 뿐, 똑같은 기능을 가진 비슷한 사이즈의 제품도 기존에 값싸게 팔리고 있었다(약 몇 백원에서 몇 천원).
그런데, 왜 여태까지 WhiteyBoard와 같은 화이트보드용 스티커는 없었을까? 그는 기존의 널리 상용화된 기술과 제품을 그저 시장에 욕구에 맞게 살짝 재구성(솔직히 재구성이라는 표현도 민망할 정도다.)하고, 거기에 화이트보드라고 이름을 붙인 것뿐이다. 사실, 정말 이름만 붙인 것 이외에 WhiteyBoard라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그가 한 것이 무엇일까 궁금할 정도이니까 말이다. 그런데, 왜 지금까지 다른 사람들은 그 쉬운 이름 하나도 못 붙였는가!? 왜 아무런 기능적 차이가 없는 똑같은 제품을 WhiteyBoard는 적게는 몇 천원에서 몇 만원씩 받는데, 기존 제품은 몇 백원의 가치만 받을 수 있었는가?
그 차이는 바로 인식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기존 제품은 판매자와 고객이 '종이'로만 인식했기 때문에 종이가격에 비례해서 가격이 책정되고 팔리는 것인 반면, WhiteyBoard의 제품은 판매자와 고객이 '화이트보드'로 인식했기 때문에 기존 화이트보드 가격에 비례해서 가격을 책정할 수 있었다. Saachi는 기존 제품을 화이트보드로 사용할 수 있음을 이름 하나만 붙여준 것으로 고객에게 인식시켜 줌으로서 종이 이상의 가치를 만들어 냈다. 그는 남들과는 다른 시선으로 사람들이 미처 파악하지 못한 부분을 발견했고, 기존 기술과 제품을 그대로 활용해서 '인식의 전환'만으로 새로운 제품과 시장을 무일푼으로 창출했다. 어떤 이들은 수억원의 개발자금을 들여서 제품 개발을 하지만, 그는 제품개발비가 0$에다가, 바로 판매로 이어져 손익분기점은 판매시점부터 넘어섰다. 이것은 그 어떤 훌륭한 창업가도 하지 못한 훌륭한 가치 창출의 사례라고 볼 수 있다.
Saachi의 사례를 통해 우리가 이미 더이상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했던 기술, 제품, 포화상태의 시장이라도 훌륭한 창업가들은 그 안에서 사람들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기회를 찾아내고, 가치를 창출한다.
요즘 한국의 경제상황에 대해 '이제 경쟁이 치열해서 더 이상 어렵다. 시장이 포화상태이다. 기회가 없다.'라는 말들을 많이 한다. 그러나, 현재 우리에게 정말 없는 것은 콜럼버스의 달걀처럼 남들과 다른 시각으로 기회와 시장을 창출하는 젊은 창업가적인 안목(Entrepreneurial Sight)일지도 모른다.
이번 탐방을 마치며
이번 여정을 통해, 꿈과 희망은 그 억척스러운 생명력으로 내 가슴 속에서 뛰고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자금부족과 수많은 어려움 속에서 많은 분들의 응원과 도움을 받고 건강하게 탐방을 마칠 수 있었다. 그것은 나의 작은 꿈을 위한 걸음이 아닌, 우리의 큰 꿈을 위한 소중한 행보였다는 의미를 깨닫게 해주었다. 앞으로 우리 팀이 받았던 그 사랑과 응원을 다른 청년들과 나누며 함께 성장하고자 한다.
(사진 : 루브르 박물관 앞에서, 내가 좀 찢는다. ㅋㅋ)
대한민국의 젊은 청년들이여. 자신의 꿈과 희망을 믿고, 우리의 길을 찾아 한 걸음 내딛어 보는 것은 어떨까?
기업가정신 세계일주
[World Entrepreneurship Travel]
-Quest for Little Hero-
Homepage : www.we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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