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03월 13일
새하얀 얼음진주가 숨겨진 땅, 러시아.
저는 송정현(Budher, Song)이며, 기업가정신 세계일주(World Entrepreneurship Travel) Project의 총괄 책임자입니다.
현재, G20 회원국을 탐방하면서, 각 국가별로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을 주제로 청년창업가(Young Entrepreneurs)를 취재하고, 창업환경, 창업정책 등 창업 관련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고 있습니다. 2011년 02월 16일부터 03월 03일까지 총 16일간 러시아 탐방 활동을 했습니다. 이번 기간 동안 6명의 러시아 청년창업가를 취재했고, 정부기관과 방문, 청년단체 교류 및 러시아 문화체험을 하면서 보고, 듣고, 느낀 점을 간단하게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첫 번째, 러시아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
일반적으로, 자유경제주의 국가에 살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하듯이, 저 역시도 러시아에 대해서 잘 알고 있지 못하고, 편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아마도 그것은 대부분 소비에트 연방정부의 부정적인 이미지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번 러시아 탐방을 계기로 무엇이 사실이며 거짓인지,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생겼다는 것입니다.
제가 러시아에 와서 처음으로 깜짝 놀랬던 사실은 많은 사람들이 매우 순박하고 친절하다는 것입니다. 길을 물어봤을 때, 목적지까지 함께 바래다 주는 친절한 러시아 사람들의 도움으로 저는 약속시간에 늦지않고 약속장소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어느 국가에서도 이런 경우는 경험하지 못했습니다. 더구나 영하 20~30도를 웃도는 강추위 속에서 이런 친절을 베풀 수 있는 나라는 아마도 러시아 밖에 없을 겁니다. 후후!! 또 다른 사례 하나는, 관광객에 대한 경찰의 금전 요구가 단 한번도 없었다는 것입니다. 제가 본 많은 러시아 여행 안내책자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러시아 경찰은 관광객을 상대로 쓸데없이 트집을 잡고 금전은 요구하기 때문에 가능하면 피해야 한다.' 아직도 그 관행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으나, 책자에 적혀 있는 정보와는 달리 대다수 경찰들이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금전 요구는 많이 사라진 것 같습니다. 오히려, 반대로 저는 경찰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영하 30도의 강추위로 인해, 저의 편견은 꽁꽁 얼어서 깨지고, 러시아의 실제 모습을 직접 볼 수 있었습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러시아를 방문해서 진짜 러시아를 볼 수 있도록 더 많은 교류가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이번 러시아 탐방에서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고려인 청년클럽(KMK) 친구들과의 교류가 저에겐 가장 즐거운 추억이였습니다. 함께 커피도 마시고 어울리면서, 승리의 공원도 함께 관람하고, 함께 스케이트도 타기도 했습니다. 하루는 이들을 저희 팀 숙소로 저녁 식사를 초대해서 한국음식을 만들어서 함께 먹으면서 너무 친해졌습니다. 지금도 스카이프(Skype)로 연락을 주고 받고 있습니다. 이런 활발한 국제교류로 인해 러시아는 더욱 풍요롭고 살기 좋은 곳으로 발전될 것입니다. 이것은 현재 러시아가 풀어야 할 숙제 중, 하나입니다. 그 중에서 고려인 청년클럽(KMK)에서 활동하는 젊은 청년들이 해야 할 역할이 크다고 판단됩니다.
두 번째, 도전적이며, 정감있는 러시아의 청년창업가들.
The U.S. Russia Center for Entrepreneurship를 통해 청년창업가를 소개받고, 총 6명을 인터뷰 했습니다. 시장조사 및 마케팅 지원 회사, 교육 회사, IT 솔루션 회사, 벽난로 제조회사, 의류 및 직물회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도전을 하고 있는 청년 창업가를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모두 훌륭한 창업가이지만, 몇 명만 소개를 하고자 합니다.
Marina Ponedelkova(CEO, Market Profile)씨는 학생일 때부터 지금의 사업을 구상하고 준비한, 긍정적인 힘을 가진 여성 창업가였습니다. 고객들에게 러시아 시장조사 및 마케팅 대행 서비스와 더불어 관광서비스를 병행하여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그 이유는 러시아 경제뿐만 아니라, 문화를 탐방하면서, 전체적으로 러시아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주기 위함이였습니다. 어쩌면 현재의 러시아 사람으로서 갖고 있는 시대정신(Zeitgeist)이라고 볼 수도 있으나, 이런 생각을 가지고 사업을 운영한다는 것이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Success Starts with Energy"라는 회사 슬로건(Slogan)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그녀는 긍정적인 힘(Positive Energy)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생각을 저에게 실천을 통해서 보여주었습니다. 저에게 선물로 러시아 음악 CD를 주었던 것입니다. 인터뷰를 통해서 러시아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주기 위한 노력을 했던 것입니다. 저는 지금도 그녀가 준 CD를 들으면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처음으로 접한 러시아 음악을 좋아하게 된 것은 아마도 그녀의 마음 때문일겁니다.
Evgenia Belonoschenko(Founder, Baby Club)씨는 어린이들의 친구, 하얀 까마귀(그녀가 직접 지은 별명)이였습니다. 현재 Baby Club은 러시아 뿐만 아니라 카자흐스탄 등지에 총 45개의 지점을 두고 있는, 6세 이하의 어린이를 위한 놀이 공간이였습니다. 그녀와의 인터뷰는 웃고, 장난치면서, 너무나 화목한 가운데 진행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분위기가 좋은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그녀는 "결혼 후,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과정에서 유아교육에 대한 흥미와 재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저는 제 적성에 맞는 분야를 정확하게 찾았고, 그것이 즐거운 삶을 살 수 있는 원동력입니다. 저에게 있어 사업은 즐거운 놀이이며, 회사 구성원들은 저의 두번째 가족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녀의 대답은 취업을 하거나 창업을하던 간에, 자신의 미래를 결정하는데 있어서 많은 사람들에게 귀감이 될 만한 사례라 생각이 들었습니다.
Julia Anosenko(General Director, IT for YOU)씨는 수많은 역경을 이겨내고 있는 불굴의 창업가이자, 어머니였습니다. 그녀는 정말 생존을 위해 지역신문 기자 활동, 회계 업무, 프로그래밍 업무, Technical Writing 업무, 음악학원 업무 등 많은 일들을 해왔습니다. 피부가 굳고, 뼈가 시릴 정도의 추위와 거센 바람을 온몸으로 부딪히고, 꿋꿋하게 살아온 것입니다. 생존을 위한 억척스러운 과정을 겪고 극복해오면서, 그녀는 한 가지 확고한 신념이 생겼다고 말했습니다. "스스로 자신의 삶에 중심이 되어야 합니다. 그것은 허리케인의 눈(Typhoon Eye)과 같습니다. 자기 주도적인 삶, 그 삶을 갈망하고 노력하는 만큼, 기회를 얻고, 좋은 결과가 발생합니다. 그리고, 허리케인처럼 순환되면서 점점 증폭된다는 것입니다." 그녀는 자신의 삶으로 이를 증명해왔습니다. 그녀의 긍정적인 생각과 배움을 향한 끊임없는 열정, 그리고 하루하루를 살아온 그녀의 존재 자체가 저에겐 큰 감동으로 다가 왔습니다.
세 번째, 기회와 가능성의 땅, 러시아.
많은 이들을 만나면서 들은 러시아는, 창업을 한다는 것은 어렵다는 것이 전반적인 의견들이였습니다. 특히, 창업 관련 법규들이 까다롭고, 담당자 마다 의견이 달라서 영업비용이나 간접비용이 많이 필요하다는 것이였습니다. 다른 분야보다 유통분야의 영향력이 강하고, 대부분 독점 거래를 선호하며, 은행으로부터 대출받기가 어렵고, 노동법규가 상당히 까다롭기 때문이였습니다. 창업을 하기 위한 사회적 인프라(Infra)는 아직까지 전반적으로 미흡한 실정이였습니다. 최근 들어서, 푸틴 총리가 중소기업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고, 중소기업 활성화를 위해 관심을 가지고 있으나, 사회 전반적으로 체감할 수 있을 정도의 움직임이 나타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러나, 이와 같이 부족한 창업환경에도 불구하고, 역설적으로 러시아는 그만큼 해야 할 일이 많은 나라입니다. 그것은 곧 기회와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하며, 지금이 조금 불확실성은 높지만, 진입하기에 늦지않은 적절한 시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러시아가 가지고 있는 방대한 양의 자원(원유, 가스, 다양한 광물 등)과 단일 단위로 아주 큰 내수시장, 러시아 사람들의 강한 소비력은 사업가로서 충분히 매력을 느낄만한 곳이라 판단됩니다.
마지막으로, 디자인으로 유명한 RISD(Rhode Island School of Design)의 존 마에다(John Maeda) 총장의 말을 인용하면서 러시아 탐방기를 마칠까 합니다.
그는 "창조의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손이 더러워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러시아는 '진흙 속의 진주와 같은 나라'라고 생각됩니다. 현재 러시아는 대외적으로 편견과 고정관념으로 인해 상당히 저평가되어 있으나, 이것을 굳이 부정적으로 인식할 필요가 전혀 없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저평가 되어 있는 만큼 더 많은 가능성과 기회가 있는 것이니까요. 러시아 사람들과 함께 긍정적인 세상을 만드는 것이 바로 창업가(Entrepreneur)로서 해야 할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창업가(Entrepreneur)는 남들이 두려워 하거나 기피하는 것에 뛰어들어가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진흙 속에 손과 발을 담구고, 즐겁게 새로운 기회와 가치를 찾고, 함께 나누고 싶은 나라. 그것이 바로 제가 느낀 러시아였습니다.
러시아 탐방을 훌륭하게 끝마칠 수 있게 많은 도움을 주신, 대한민국 대사관, The U.S. Russia Center for Entrepreneurship, 사할린 한인협회, 재러시아 한국 경제인 연합회, Industrial Bank of Korea, KOTRA 등 많은 관계자 분들과 젊고 열정이 넘치는 고려인 청년클럽(KMK) 친구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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