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동영상보다는 그림을 좋아하고, 그림보다는 글을 좋아한다. 그 이유는 내가 상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하나하나 그림을 그리듯 섬세하게 묘사해놓은 글을 선호하는 편이다. 글을 읽으면서 그 상황을 그려볼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은 소설이나 만화가 영화의 소재가 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 작품들 중에서 글을 읽으면서 내가 상상했던 것과 다르거나 기대 이하여서 실망했던 부분이 많았다.
최근에는 글보다는 그림, 그림보다는 동영상, 동영상에서도 이제는 3D / 4D 입체를 넘어 감각기관을 풍부하게 자극을 시켜준다. 현실보다 더 현실같은 그래픽 작업으로 이제는 무엇이 진짜인지 가상인지 모를 정도이니 말이다.
나는 이렇게 우리의 모든 감각을 자극시키는 기술들에 작은 거부 반응을 일으키고 싶다. 이런 다각적이고 사실적인 자극들 덕분에 우리는 생각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그저 편하게 가만히 앉아서 수동적으로 자극을 받아들이면 된다. 8,000원에서 14,000원까지 본인이 원하는 자극 수준까지 선택하고 그에 대한 댓가를 지불하면 언제든지 신선해보이는 자극을 즐길 수 있다.
이 과정들은 우리의 감각을 자극하지만, 상상을 자극하여 이를 촉진시켜주지는 않는다. 상상은 치열한 적극성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단순하게 수동적으로 자극을 수용하기만 해서는 상상력을 촉진할 수 없다. 균형감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예를 들자면, 새로운 자극에 대한 수용과 더불어 적극적으로 무언가 그려보고 떠올리는 행위 말이다.
이렇듯, 자극은 상상력을 죽이기도 하지만, 살릴 수 있는 유일한 요소이기도 하다. 수동적인 태도로 아무 생각없이 자극을 받아들이면, 상상력은 도태된다. 반대로 자극을 새로운 창작의 소재로 활용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상상력을 촉진시킬 수 있다.
우리는 무엇이든 상상想像, Imagine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기도 하다.
상상 역시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상상 역시도 치열하게 한계에 부딪혀가며 그 경계를 넓혀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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