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똑! 거기 텅텅 비었죠?
요즘 들어 매일 같이 한계를 느낀다. 무엇을 하든 내 역량이 부족함을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로 느끼곤 한다.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끼는 요즘이다. 왠지, 최근에 다시 밑바닥에 한번 떨어져야 할 것 같다.
학생때부터 지금까지 대부분 주변의 도움으로 큰 어려움 없이 지금까지 번지르한 성과를 내고 있다. 내 나이에 이런저런 빛 좋은 감투를 탐하고 있는 건 아닌지 내 자신이 의심스럽다. 그리고, 내 역량으로 하나하나 차곡차곡 쌓아올린 성과인지도 의심스럽다. 현재 내 모습이 그저 잘 포장해놓은 빈 박스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이 빈 박스에 다시 무엇을 담을 것인가?
이영달 교수님의 권유를 최근 6개월 동안 심각하게 고민해왔다. 많은 분들의 의견도 들어보면서 말이다. 교수님의 말처럼 길게 보기 위해서, 긴 시간동안 천천히 여러 선배들을 만나고 의견을 들었다. 모든 선배들은 한 결 같은 대답을 해주었다.
내가 무엇을 진정 원하는 것인지, 묻고 또 묻고 또 묻고 있다. 그 대답이 진정 내가 원하는 것인지. 진실인지. 그것은 향후 내 삶과 세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탐색과 발견과 의심과 확인을 계속 되풀이하고 있다.
내일 내가 당장 죽는다면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70년 뒤를 생각한다면,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세상은 무엇이 필요하고,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몇 일 전, 관호형과 나누었던 대화에서 자그만 결심을 했었기에 다소 안도감이 든다. 그 날, 저녁을 먹으면서 관호형이 내게 던진 의사결정에 대한 3가지 질문에 나는 바로 답변했다.
다 버릴 수 있나?
즐겁게 할 수 있나?
내가 원하는 것인가?
-형이 내게 던진 3가지 질문-
그래도 답답하다.
1년이 넘도록 글을 쓰고 있다. 나처럼 조바심이 잘 드러나지 않는 성격이라도 슬슬 짜증과 함께 고개를 내미는 것 같다. 이번 상반기에 승부를 내지 않으면, 기업가정신 세계일주를 하면서 인터뷰했던 내용은 어쩌면 시간적 흐름을 놓친 거나 다름 없다.
2~3년 지난 인터뷰 내용을 누가 읽겠는가!
게다가, DBR 샘플 원고를 쓰면서 유리천장같은 한계에 부딪힌다. 요즘 내가 쓰는 단어와 문장이 무엇인지도 모르겠고, 그저 멋있게 무겁게만 쓰고 있는 것 같다. 이렇게 끄적거리는 것만 해봤지 어디 전문적인 글쓰기를 한번이라도 배운 적도 없고, 원래 글 쓰기에도 재능도 없거니와 그다지 즐겁지가 않다.
마치, 청림그룹사운드에서 드럼을 접하고 군대가기 전까지 2년간 죽어라 고통스럽게 연습만 했던 때 같다. 그렇게 열심히 했지만, 1년 6개월이 되어 콘서트를 하기 전까지는 내가 원했던 즐거움은 없었다. 그 덕분에 콘서트 때 내 인생 최초이자 최고의 성취감을 느꼈던 것일런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멍청하게도 그것을 참고 기다렸다.
솔직히 책을 쓰는 것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다. 도망치고 싶다. 그렇지만, 이럴 때 한 걸음 더 내딛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야 살 수 있다. 나는 언제 어디서든 살아남는 법을 찾아낸다.
ps
오늘은 특히 더 힘들다. 오늘은 무릎을 꿇고 기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