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트랙터를 타고 터키를 휘젓고 다니는 친구가 있다.
하동 농민의 아들이라고 스스로 칭하고 다니는 괴짜다. 이미 트랙터를 타고 국내일주를 해서 재미있는 책도 냈다. 그리고, 내가 세계일주를 하겠다고 이리 저리 뛰어다니고 있을 때, 이 친구를 만나서 소주 한 잔을 걸쳤다. 나보다 한 두살 어리다는 그가 품은 꿈도 헤아릴 수 없을 만큼 크고 깊었다. 아마도 논바닥부터 휘젓고 다녀 온 그라 그런지, 대단한 실천력과 두둑한 배포가 돋보였다. '그래. 이 정도는 되야지.' 정말 오랜만에 즐겁게 대화를 나누었었던 기억이 난다.
작년에 이 친구가 유라시아를 트랙터로 횡단하겠다고 연락이 왔었다.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수소문해서 트랙터로 이동하는 것이 합법적인지 여부를 조금 알아봐 주었다. 그리고, 몇 번 정도 인터넷이나 전화로 통화한 것 정도.
그 뒤,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터키에서 트랙터 일주를 다시 시작한다는 것이였다. 드디어 유라시아 횡단이 시작되는구나라고 생각했다. 나가기 전에 얼굴이나 한번 보자고 서로 연락했지만, 나도 바쁘고 그도 바빠서 결국 보질 못했다.
그러고, 한참 뒤에 페북에 터키 국기가 꽂힌 사진과 그의 소식이 올라왔다. 내가 세계일주를 간 것처럼 반갑고 기뻤다. 페이스북에 접속을 하면 이 친구의 페이지는 꼬박꼬박 살펴 봤다. 응원 글이라도 남겨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몇 일 전에 그로부터 연락이 왔다.
터키에 가서 종횡무진 휘젓고 다니는 사진은 페북을 통해 자주 접했던 터라 그의 소식은 이미 잘 알고 있었다. 그와 오랜만에 이야기를 나누면서 나는 건강부터 물었다. 그는 씩씩하게 자신의 건강함을 뽐냈다. 나는 그에게 물 가에 내놓은 자식처럼, 계속 건강에 대해 거듭 당부했다. 왜 그랬을까? ㅋㅋ 엄마처럼.. ㅋㅋ
여튼, 이번 일정은 유라시아 횡단은 아니고, 100일 동안 터키를 탐방하고, 잠깐 귀국을 한 뒤에 중국을 탐방할 거라고 했다. 유라시아 횡단은 아니어서 조금 아쉬웠지만, 나름 무언가 다른 전략을 계획하고 있을 거라는 막연한 믿음이 들어서 그에 대한 사항은 물어보지는 않았다.
짧은 대화였지만, 반가웠다.
트랙터 여행가, 강기태.
그가 건강하고 무사히 터키 일정을 잘 마치고 돌아 올 수 있기를 기원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