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8월 27일
야생형 인재들에게 주목하라
(그림 1)
(야성적이지만 부드러운 사자. 내 터벅머리도 저렇게 될까?? ㅎㅎㅎ)
이 글을 읽고, 대학원 선배의 말이 문득 떠올랐다.
몇 년 전에 USC, LMU 방문하기 위해 미국연수를 간 적이 있었다.
그 당시 한식당에서 대학원 선후배들과 밥을 먹고 있었는데,
자주 뵙지도 못했고, 원우수첩으로만 봐왔던 선배와 우연히 함께 자리했었다.
식사를 하면서 담소를 나누다가 그 선배가 나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다.
"정현씨는 굉장히 야성적인 느낌이야"
그 선배가 느꼈던 그 야성적인 느낌.
그때 당시는 그냥 '야성적이라..... 내가 좀 그런 감이 있지'라고 흘려 들었다.
그런데, 이번 기사 글을 보니, 흘려들었던 선배의 말이 갑자기 떠오르면서,
다시 한번 나를 돌이켜보게 되었다.
(나중에야 안 사실이지만 그 선배가 내 고등학교 선배이기도 했다.)
아래 기획기사를 읽어보시라.
중소기업진흥공단 - '기업나라' 기획기사를 발췌.
야생형 인재들에게 주목하라
21세기는 ‘인재전쟁’의 시대라고 할 수 있다. 독창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를 갖춘 인재가 기업경영을 좌우한다는 점에서 얼마나 많은 인재들을 확보하고 그들과 얼마나 오랫동안 관계를 맺어나갈 수 있느냐가 기업 경영의 중요한 화두로 대두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 다수의 기업들은 인재 판별 능력은 물론 그들과 어떤 파트너십을 맺어야 할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이번 호부터 연재되는 ‘슈퍼인재 만들기’는 기업의 간부 및 임원, CEO들에게 인재의 판별의 기준은 물론 그들과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높여줄 수 있을 혜안을 제공할 것이다.
이남훈 전문기자
재보험사 코리안리의 박종원 사장은 ‘관료 출신으로 가장 성공한 민간기업 CEO’, ‘죽어가는 회사를 살린 최고 경영자’라고 불린다. 특히 그는 5회 연속 연임이라는 금융업계 최장수 기록을 세우고 있다. 그런 그가 인재경영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바로 ‘야생형 인재’의 확보이다. SK텔레콤 정만원 대표 역시 최근 들어 부쩍 인재 경영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런데 정 대표가 지향하는 인재는 ‘해외파 엘리트’도 아니고 ‘SKY’ 출신의 인재도 아니다. 그 역시 ‘야생형 인재’를 찾아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 결과 SK텔레콤 신입사원의 ‘스펙’은 꽤 화려하다. 호프집 주인, 대리운전기사, 쇼핑몰 운영, 컴퓨터 판매 등이 그 ‘화려한 스펙’의 실체다. 대부분의 기업들에서 해외연수와 높은 학점, 그리고 공모전과 봉사 활동에 높은 점수를 주는 것에 비하면 SK텔레콤은 이상하다 싶을 정도의 이색적인 경험을 가진 지원자를 뽑고 있다. 도대체 야생형 인재란 어떤 인재들일까. 왜 SK텔레콤과 같은 최고의 기업 중 하나가 ‘야생형 인재’들에게 그렇게 몰두하고 있는 것일까.
야생형 인재는 ‘공간’과 ‘경험’에서 차이가 난다.
최근 몇몇 기업들이 주목하고 있는 ‘야생형 인재’는 한마디로 ‘아프리카 사자’에 비유할 수 있다. 아프리카 사자는 야생형 인재의 전형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우기 때 사자는 아무런 어려움 없이 먹이를 마련할 수 있다. 날카로운 발톱과 이빨, 그리고 빠른 공격을 당해낼 초원의 동물들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건기 때이다. 초식동물이 사라진 후에 사자는 늘 굶주린다. 하지만 사자는 우기 때의 화려했던 때를 생각하며 그 시절을 그리워만 하면서 앉아있지 않는다. 위험을 무릎 쓴 채 하마를 공격하거나 때로는 체격에 맞지 않게 들쥐를 노리기도 하고 심지어는 하이에나와 싸우면서 썩은 고기까지고 노린다. 사자 체면에는 영 말이 아니지만 이것이 바로 ‘야생’의 실체이기도 하다. 현대 사회에서 ‘야생형 인재’란 한마디로 ‘척박한 환경에서도 살아남는 인재’, ‘그 어떤 어려움을 뚫고도 당당하게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주인의식을 가진 인재’라고 할 수 있다. 우선 이 야생형 인재에 대해서 자세히 살펴보기 전에 이러한 인재들이 필요한 시대적인 배경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야생형 인재의 등장과 그 미래의 모습을 조망하는 것이 한결 쉽기 때문이다.
그간 기업들은 끊임없이 인재들을 발굴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기업운영의 사활이 결국에는 인재에 의해서 좌우된다는 점에서 우수한 인재의 확보는 기업경영의 중요한 축이 되어왔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 기준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조금씩 포커스가 달라져오곤 했다. 최근 들어 기업이 처한 환경은 ‘극심한 글로벌 경쟁’이다.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마저 끊임없이 위기의식을 강조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이기도 하다. 어제의 승자가 내일을 패자가 되고 생명이 끊어질 것 같은 기업들도 가열찬 혁신으로 다시 세계 정상에 서기도 한다. 이러한 극심한 환경변화는 지금의 기업들이 처한 현실을 여실히 반영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같은 상황에서 기업들에게 필요한 인재는 어떤 인재여야 할까. 바로 여기에서 ‘야생’이라는 새로운 화두가 등장하게 된다. 어떤 의미에서 지금의 경영환경은 초원을 꼭 닮아있다. 초원에서는 변화무쌍한 변화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기후 환경도 마찬가지지만 언제 누구에게 잡아먹힐지 모르며, 설사 지금 배가 부르다고 해서 나중에도 배가 부르리라는 것을 결코 장담할 수 없다. 따라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 어떤 어려움도 뚫고 나가는 ‘아프리카 사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혹독한 환경의 변화가 인재상의 변화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야생형 인재들은 과연 어떤 사람들일까. 우선 ‘공간과 경험’이라는 키워드에서 그 특성들을 추출해낼 수 있다. 기존의 인재는 주로 도서관에서 공부를 해왔던 인재들이었다. 이를 다시 풀어보면 ‘도서관’이라는 공간에서 ‘공부’라는 경험만을 축적해왔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야생형 인재는 이제 더 이상 그러한 한정된 공간과 경험에 머물지 않는다. 그들은 도서관과 학교를 떠나 ‘현장’에서 또래의 학생들이 하지 않는 ‘살아있는 경험’을 하게 된다. 야생형 인재들을 호프집 주인을 하면서 소비자들의 예민한 변화를 주시하고, 그에 따라서 매출액의 오르내림을 경험해본다. 따라서 그들은 매출을 올리기 위해 어떤 활동이 필요한지를 골몰하고 이를 직접 실천해보기도 한다. 이러한 경험에 의한 지식은 마케팅 이론을 통해 쌓은 지식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기존의 안정된 공간에서 벗어나 초원에서의 경험을 해본 사람, 바로 이것이 야생형 인재의 첫 번째 특징인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비록 아주 깊지는 않지만 ‘현장 경험’을 통해 나름의 암묵적 지식을 획득하고 있다. 주어진 환경에 대해서 발 빠르게 적응하고 그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자신이 살아남을 수 있는지를 고민하고 실천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야생형 인재들이 동시에 가지고 있는 덕목은 다름 아닌 ‘패기’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정신’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초원의 이야기로 돌아가면 왜 이들이 이런 정신을 가질 수밖에 없는지는 자명해진다. 초원에서 패기가 없다는 것, 혹은 실패를 두려워하는 것은 곧바로 ‘죽음’을 의미한다. 사자는 실패를 경험해도 끊임없이 도전할 수밖에 없다. 심지어 썩은 고기를 먹는 것마저 마다하지 않는다. 패기와 용기를 갖춘 야생형 인재들은 그것이 결코 ‘말로만’ 쌓을 수 있는 덕목이 아니라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야생형 인재들의 두 번째 특정은 ‘통합적 지식’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핀란드의 이르호 소타마 전(前) 통합 국립대학 총장은 이색적인 발상을 통해 야생형 인재를 길러낸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는 ‘이제까지 학교가 길러온 학생들이 온실의 꽃이었다면 앞으로 길러야할 인재는 강하고 오래 버티는 야생화 같은 인재다’라고 생각하고 ‘통합적 지식’에 대한 교육을 구상했다. 그는 세 개의 국립대학에서 우선 각각 10명씩을 뽑아 모든 교육 과정을 통합하는 교육을 시켰다. 그리고 그 모든 과목을 하나의 고리로 연결하는 마지막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디자인과 학생들은 경영과 공학을 배웠으며 공학도들은 디자인과 경영을 배웠다. 과거에는 ‘전문성’이라는 이름으로 배제되었던 타 영역의 학문들을 배움으로써 획일주의를 타파하고 새로운 사업의 기회를 창출하는 능력을 갖추게 했던 것이다. 그 결과 국가 경쟁력과 환경경쟁력, 윤리 경쟁력에서 모두 1등을 차지하고 있는 핀란드에서 또 다른 ‘명물학교’가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런 통합적 지식 역시 야생형 인재의 중요한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야생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모든 능력이 총체화되어야 한다. 한가지의 능력만 있다는 것은 곧 ‘절름발이’를 의미한다. 야생에서 절름발이의 생명이 그리 오래 유지 되지 않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국내에서도 이러한 능력을 길러주는 대학이 생겼다. 중원대는 ‘메모리 파워 테스트’에 불과한 기존의 시험제도를 과감하게 폐지하고 토론참여 정도, 발표능력, 퀴즈, 페이퍼 작성, 현장실습 등으로 학점을 주고 있다. 이를 계기로 이제 국내에서도 ‘통합형 인재’, ‘야생형 인재’를 길러내는 첫발걸음이 교육적인 영역 내에서도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야생형 인재를 키우기 위해서는 기업문화가 바뀌어야 한다
그러나 설사 야생형 인재로 자라왔고, 또한 그러한 덕목 때문에 기업에 입사를 했다고 하더라도 그들을 방치하게 되면 자연스레 그 야생성을 잃어버리게 된다. ‘가축’ 동물들이 어느 순간 야생에 방치되면 죽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기업 내의 문화가 이들의 야생성을 길들이기 시작하면 이들 역시 ‘가축’ 인재들이 되고 만다. 따라서 이들 야생형 인재들을 끌고 나가기 위해서는 우선 이들에게 ‘도전의 가치’를 심어주고 ‘실패로 인한 리스크’를 보장해주어야 한다. 따라서 야생형 인재들에게는 끊임없이 도전의 과제를 제시해야 하며 그들이 새로운 환경을 창조하고 그 환경을 자신들이 주도해나갈 수 있도록 독려해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실패로 인한 리스크’에 대한 기업의 대처 방법이다. 대부분의 기업들에서는 사원의 실패를 잘 용납하지 않으려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 실패가 기업경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근시안적인 시각에 불과하다. 야생형 인재들이 시도하는 ‘창조적 파괴’에는 늘 리스크가 따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러한 리스크를 질책만 하고 새로운 창조를 독려하지 않게 되면 야생형 인재들은 곧 주눅이 들게 마련이고 ‘안전 지향적’으로 변하기 시작하면서 더 이상의 새로운 도전을 하지 못하게 된다. 이를 증명하는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포식자의 패러독스’이다. 미래에 멸종을 하게 될 동물들은 어떤 부류일까. 힘이 없고 몸집이 작은 동물일까. 역설적으로 가장 멸종가능성이 높은 동물은 다름 아닌 북극곰과 호랑이라고 한다. 이들은 포식자들임에도 불구하고 일단 안정된 환경에 적응하기 시작하며 더 이상 변화와 도전을 감행하지 못하게 된다. 그러다가 순식간에 환경이 바뀌게 되면 속절없이 멸종하게 된다는 것이다. 야생형 인재들이 회사에 들어가 안주를 하기 시작하면 이들은 회사의 어려움을 돌파해나갈 수 있는 뛰어난 파이오니어에서 순식간에 보수적인 ‘평범한 직원’으로 몰락하게 된다. 특히 이제까지 자신이 보 여주었던 야생성이 더 이상 기업 환경에서 쓸모없는 것으로 확인되는 순간 그 추락의 속도는 무서울 정도까지 된다.
야생형 인재들을 제대로 키우기 위한 또 하나의 방법은 바로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으로는 국가대표 축구팀의 예를 들 수 있다. ‘캡틴’ 박지성은 과거의 주장들이 보여주었던 모습과는 상당히 다른 면모를 보여주었다고 한다. 예전에는 상명하복의 수직적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때로는 규율과 강요가 존재했다. 하지만 박지성 선수는 이러한 분위기를 타파했고 이것이 팀웍에 상당히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말도 붙이기 힘들었던 후배들이 선배들과 농담까지 하는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서로가 서로를 신뢰하고 의지할 뿐만 아니라 남의 실수를 자신의 실수로 여기고 서로가 용기를 북돋워준다는 것이다.
야생형 인재들이 속해 있는 세대는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에 익숙한 세대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미니홈피, 트위터 등의 인터넷 활동과 촛불시위를 통해서 누구보다 수평적 의견교환에 익숙하다. 만약 기존의 기업들이 보여주었던 고압적인 자세를 강요한다면 그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의사소통력을 잃어버리게 되고 따라면 유연성과 순발력마저 사라지게 된다.
한때 전 세계를 호령했던 몽골족의 성공 요인을 이러한 ‘수평적 사고’에서 찾는 경우도 있다. 산이 시야를 가리지 않고 강이 땅을 갈라놓지 않으니 몽골족은 끝없이 펼쳐진 초원을 볼 수 있었고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옆에 있던 동료들이었다. 이렇게 서로가 포용하고 연대하고 감싸 앉는 수평적 사고가 이들을 세계 최강의 군대로 만들어냈다는 이야기다.
결국 야생형 인재들을 올바르게 길러 내기 위해서는 그들이 가진 환경 자체를 ‘야생의 환경’으로 만들어 주어야 한다. 그들에게 안주하지 않는 기업문화, 도전해서 실패를 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얻어지는 성과를 칭찬하는 문화, 그리고 무엇보다 자유롭고 활발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어떤 의미에서 볼 때 야생형 인재라는 것은 기존의 교육 방법, 기존의 인재상에 대한 총체적인 반성이라고 할 수 있다. 언제부터인가 ‘스펙’이라는 것이 강조되어 왔지만, 결국 그 스펙이라는 것도 ‘벽돌 찍듯이 똑같은 인재’를 만들어내는 것에 불과했다. 뿐만 아니라 이제 스펙으로는 더 이상 인재들의 진짜 능력을 구별해낼 수가 없다는 단점도 있다. 동일한 학점, 동일한 영어실력, 동일한 해외연수를 가지고 어떻게 그들을 변별해낼 수 있다는 이야기인가. 하지만 ‘야생’으로 눈을 돌리면 기업은 인재 판별에서도 월등한 능력을 키울 수 있다. 세상에는 수천 가지의 공간이 있고 수만 가지의 경험이 있기에, 기업에 원하는 능력을 갖춘 인재들만 가려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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