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저널: 이렇게 만나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쉽지 않은 여건에서도 이렇게 멋진 도전장을 던진 한국의 젊은이들을 보니, 분명 대한민국의 미래가 밝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샘솟네요. 먼저 이번 기업가정신 세계일주를 기획한 송정현 팀장께 이번 프로젝트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송정현: 먼저 이렇게 저희를 소개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인간의 평균수명이 100년을 바라보는 요즘 시대에, 이제 제가 서른인데 앞으로 남은 70년을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국에만 한정된 가치관과 시각을 탈피해야 할 것 같았고, 그래서 생각한 게 바로 이 기업가정신 세계일주였습니다. 전 세계의 청년기업가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그들과의 만남을 통해 얻어진 것들을 재생산하여 전파한다면 매우 유익하고 보람있는 성과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왕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기 위해 해외에 나간다면, 단순히 여행을 하기보다는 뭔가 가치있는 일을 해보자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원래 창업에 관심이 많아서 회사를 다니면서 창업학 석사 과정 중에 있었습니다. 회사를 다니면서는 도저히 이 프로젝트를 준비할 여건이 되지 않아서 작년 3월에 회사를 퇴직한 뒤부터 본격적으로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막상 준비를 하다보니 욕심이 생겼고, 글로벌 단체 두 곳을 연계해서 진행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면서 점점 판이 커졌고, 이 프로젝트를 위해 돈도 모아 놨었지만, 진짜 기업가 정신이 반영된 세계일주 한다면 투자와 후원을 받아서 진행해보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그러기 위해서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얻어진 것들이 충분히 누군가의 투자와 후원을 받을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 되어야 했고, 그래서 더욱 열심히 준비했습니다.
유로저널: 그렇다면 다른 두 분은 어떤 계기로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셨는지요?
윤승현: 저는 송정현 팀장과 대학 시절부터 친구 사이로, 대학원도 같이 다녔습니다. 이 친구랑 창업 동아리도 같이 했는데, 창업을 위해서는 저희가 가진 자원이 부족하니 이러한 기회를 통해 경험과 네트워크를 구축해보자는 취지로 함께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김진영: 저는 사범대학을 졸업하고 임용고사를 준비 중에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초중고 시절에는 학교와 집만 왔다갔다하는 생활을 했고, 대학에 와서도 사범대가 유난히 보수적이다 보니 다양한 경험을 쌓기가 너무 어려웠습니다. 그러다가 기회가 되어 미국으로 교환학생 다녀올 기회가 있었고, 미국에서의 경험은 저를 새로운 세계와 새로운 경험에 대해 눈뜨게 했습니다. 비록 제가 공무원(교사) 준비를 하지만, 그것만이 길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다면 다른 경험을 쌓아보자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다양한 경험 쌓기위해 다른 이들보다 일찍 졸업을 했고, 그러다가 마침 이번 기업가정신 세계일주 팀원을 모집한다고 해서 지원했다가 이렇게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사진 : 기업가정신 세계일주 해외팀 멤버들, 왼쪽부터 윤승현, 김진영, 송정현)
유로저널: 청년기업가라면 주로 어떤 분들을 만나려는 것인지요?
송정현: 꼭 유명한 CEO나 경영자만은 아니고, 저희 나이 또래의 청년 기업가들, 그러니까 이미 충분한 성공을 거둔 분들보다는 현재 성공을 위해 달려가는 분들을 만나보자는 취지입니다. 스티브 잡스 같은 유명인사들은 저희들에게 시간도 내주지 않을 것이고 (웃음), 이미 그 분들에 대한 컨텐츠는 너무 많습니다. 창업 관련 강의를 정말 많이 들었는데, 그런 유명 경영자들을 만나면 멋있지만 거리감이 있었습니다. 아무 배경도 없는 제가 그렇게 될 수는 없을 것 같다는 괴리감이었죠. 그 분들은 젊은이들에게 무조건 도전하라고 하지만, 환경적 제한은 엄연히 존재합니다. 그래서, 저희는 그렇게 대단한 배경은 없어도 소기의 성과를 이루고 있는 청년기업가들을 만나보기로 결정했습니다. 기존의 유명인사들이 슈퍼 히어로라면, 저희는 리틀 히어로를 소개하는 셈이지요.그들의 성공과정, 고난, 철학 등을 배우고, 젊은이들이 자신감을 갖게 된다면 더 없이 바람직한 결과가 될 것입니다. 그들은 저희보다 5~10년 정도 인생을 더 산 분들이니, 우리도 저 정도는 해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가져보자는 것이지요. 이들과의 만남, 인터뷰를 통해 생성된 컨텐츠는 한국에만 공개할 게 아니라 영문으로도 제작해서 전 세계에 배포할 계획입니다. 그래서GEW(Global Entrepreneurship Week)와 같은 글로벌 단체들과도 연계한 것이고요.
유로저널: 이미 중국과 러시아에서의 일정을 마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주로 어떤 국가들을 대상으로 하고 계시는지요?
김진영: 일단, G20 국가들이 타깃입니다. 이번 영국 일정 뒤에는 프랑스, 이태리, 독일 등 유럽 일정을 앞두고 있고, 이후에는 북미로 넘어가서 미국, 캐나다, 멕시코를 방문한 뒤에, 마지막으로 일본을 방문하고서 8월 초에 한국으로 귀국할 예정입니다.
(사진 : 영국 청년기업가 Nisha Valand(Head of member services for TIGA)와 함께)
유로저널: 기업가정신 세계일주를 한다니까 주변의 반응은 어떻던가요?
송정현: 처음에는 대부분이 저보고 돌아이라고 하더군요. (웃음) 세계일주를 떠나면서 기업가정신을 얘기하고 실제로 청년기업가들을 만난다고 하니까, 그게 현실적으로 가능하겠냐는 반응들이었습니다.
윤승현: 그럼에도 여기까지 오면서 참 힘들었지만, 게중에도 좋은 분들께서 힘을 주셨고, 기특하다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주변의 반응이 별로여서 좌절하다가도 그런 응원 하나가 너무나 큰 힘이 되었습니다.
유로저널: 요즘 대한민국의 젊은 세대들이 참 어려운 시대를 겪고 있는 것 같습니다만.
송정현: 젊은이들이 꿈을 꿀 수 없는 교육환경이 문제입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지만, 스스로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할 기회가 없다보니, 20세가 되도록 본인이 뭘 좋아하는지도 모르는 게 대부분입니다. 교육부터 바뀌어야 하지만, 사회적으로도 젊은이들이 꿈을 키울 수 있는 여건과 공감대가 마련되어야 합니다. 기성세대는 젊은이들이 시도하려는 것을 막으려 하고, 편하고 안정적인 것을 권유하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젊은이들이 꿈을 갖기 어렵고, 꿈이 있더라도 억압된 환경 때문에 도전할 엄두를 내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도전하는 게 청년의 의무이자 권리가 아닐까요? 환경에 눌려서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한다면 그건 젊음이 아닙니다. 결국, 한국의 젊은이들 대부분은 진짜 젊음을 누리지 못하는 셈입니다. 배에 비유하자면, 배는 항구에 정박해 있는 게 가장 안전하지만, 결국 배는 바다를 항해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요. 결국, 목적지를 향해 모험을 하더라도 항구를 떠나 항해해야 합니다.
윤승현: 저는 어릴 때부터 어머니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어머니께서는 제게 물려줄 재산 없는 대신 경험이라도 많이 시켜주시겠다고 하셨지요. 그러다 보니 저는 평범한 친구들의 안정적이기만 한 삶이 별로 부럽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 100년을 산다고 가정했을 때, 40, 50대면 명퇴하는데, 결국 지금 대기업에 다닌다고 무조건 안정적인 게 아닙니다. 창업대학원에 다니면서 만난 40, 50대 분들이 이런 사연으로 그 나이에 다시 창업을 하기 위해 공부를 시작하시는 것만 봐도요. 차라리 젊을 때 도전을 해서 자신만의 커리어를 갖는 게 오히려 안정적일 수 있습니다. 결국, 생각하기 나름인 것이지요. 젊은이들이 이런 깨달음을 갖게 된다면 지금처럼 모두가 공무원이나 대기업 입사를 위해 인생을 바치는 현상이 바뀌고, 자신만의 길을 찾아 모험 떠날 수 있을 것입니다.
김진영: 솔직히 저희 부모님께서는 제가 여자고 하니 안정적인 직업을 갖고 시집이나 잘 가라고 하셨습니다. 전형적인 여성상을 원하셨던 것이지요. 어머니께서 마침 달러도 비쌀 때 저를 미국 보내서 바람만 들여왔다고 하시더군요. (웃음)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한다고 하니, 교사 지망생 동료들 중 단 한 명도 잘 배우고 오라고 응원하는 친구가 없었습니다. 다행히 제일 친한 외국인 교수님 한 분만이 제가 선택한 모험이 남들보다 뒤쳐져 보일 수도 있지만, 남은 제 인생을 본다면 제가 더 빠른 길을 선택한 것일 수도 있다고 격려와 응원을 해주셨습니다. 그 얘기를 듣고 정말 힘이 났죠. 저도 훗날 누군가를 가르치게 된다면 꼭 그런 가르침을 주고 싶습니다.
(사진 : 영국 Alex Mitchell(Ambassador for GEW & G20 YEA)과 함께)
유로저널: 실제로 기업가정신 세계일주를 다니면서 발견한 것, 느낀 것들이 있다면?
윤승현: 세계의 청년기업가들을 만나면서 제가 가장 크게 느낀 것은 긍정으로부터 나오는 너무나 기분 좋은 에너지였습니다. 긍정, 열정, 도전, 정말 그 분들을 보는 것 만으로도 힘이 나고 즐겁더군요.
김진영: 말씀드린 것처럼 저는 원래 공직만을 생각했던 터라,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는 것 자체가 너무 신기했습니다. 어제 만난 청년기업가도 불과 26세인데, 살아온 얘기를 들어보니 저와는 정말 다른 삶을 살아왔더군요. 제가 정말 그 동안 우물 안 개구리였구나 하는 것을 깨닫습니다.
송정현: 저는 창업학 석사를 하면서 학문적으로 기업가 정신을 배웠는데, 기존에는 그렇게 이론 중심으로, 즉 머리와 손으로 기업가 정신을 배웠다면, 기업가정신 세계일주를 통해서는 가슴과 발로 기업가 정신을 배우고 있습니다.
유로저널: 기업가정신 세계일주를 진행하면서 힘든 점이 있다면?
송정현: 일단 재정적인 어려움입니다. 저희가 어떤 단체나 사단법인도 아니라서 후원을 받기가 참 어려웠습니다. 사실, 유럽 체류경비까지만 마련해서 무작정 나온 상태입니다. 따라서, 나머지는 이렇게 세계 곳곳을 다니면서 저희가 그 때마다 어떻게든 마련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입니다. 재정적인 어려움 외에도, 인터뷰 대상자를 찾는 일도 쉽지 않습니다. 저희 프로젝트에 대한 설명을 한참 해야 겨우 인터뷰 승낙을 얻을 수 있더군요. 저희의 이번 유로저널 인터뷰를 보신 분들 가운데 저희에게 인터뷰를 해 주실 수 있거나, 혹은 인터뷰를 해 주실 분을 알고 계신다면 저희에게 적극 추천 부탁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어려운 점은 사람, 즉 멤버들 간 조율입니다. 저를 포함해서 다들 개성이 강한데, 제가 아직 리더 경험이 미약하다 보니 이렇게 팀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더군요.
(사진 : 신보나(Theatre for All) 대표와 함께)
유로저널: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 꿈이 있다면?
송정현: 모든 일정을 충실히 마치고 나면 책을 쓸 계획입니다. 지금도 계속해서 틈틈이 쓰고 있고요. 올해는 첫 프로젝트로 저희 셋이 일주에 나섰지만, 나중에는 글로벌 프로젝트로 키워보고 싶습니다. 각 국가 청년들 3명씩 10팀을 모아서 세계를 일주하는 판을 만들어서, 그야말로 젊은이들에게 도전의 장을 만들어주고 싶습니다. 그래서 저희의 이번 첫 성과가 더욱 중요합니다. 또,제 개인적으로는 글로벌 비즈니스, 나아가서 유니버설 비즈니스를 해보고 싶습니다. 우주여행도 시작되었고, 외계인이 언제 나타날지도 모르는 이 시대에, 아마 70년 뒤에는 달에서도 사람이 살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웃음) 그렇다면 이제는 지구 바깥까지도 생각하면서 비즈니스를 계획해야 하는 시대가 오지 않을까요?
윤승현: 저 역시 기업가정신가 글로벌 프로젝트가 되는 단계까지 동참하고 싶습니다. 저희가 시작한 이 모험이 과연 얼마나 커질 수 있는지 직접 목격하고 싶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드림 스케치’라는 아이템을 가지고 창업을 준비할 계획입니다.
김진영: 솔직히 저는 이 두 분께서 짜놓으신 판에 들어온 경우라, 본 프로젝트에 대해 거창한 계획은 없습니다만, 이번 기회를 통해 제가 경험은 물론 지식도 많이 부족한 걸 느껴서, 어느 정도 경험을 마치면 다시 공부를 하고 싶습니다. 그렇게 해서 지식과 경험이 합쳐졌을 때, 그것들을 다른 이들과 공유하고 싶습니다. 반드시 한국 학교의 교사가 아니더라도,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큰 틀은 유지하고 싶고, 제가 영어교육을 전공했으니 기회가 된다면 해외에서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국에 대해 가르치는 일을 해보고 싶습니다.
유로저널: 여러분들을 보니 앞으로 대한민국의 미래가 충분히 밝을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듭니다. 남은 일정 잘 마무리 하시고, 모두 소기의 성과를 거두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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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저널 전성민 기자